
의 전쟁과 웃음, 의 사랑과 비극을 담았다는 에선 이준익 감독의 지나간 작품들의 흔적이 쉽게 발견된다. 왜구들이 쳐들어 오는 상황에서도 동인과 서인으로 나눠 당파싸움을 벌이는 조정에서는 가장 심각한 상황과 비극마저 웃음으로 녹이는 이 보인다. 궁궐에서 미쳐 돌아가는 세상을 향해 일갈하는 견자의 모습에는 가 겹쳐진다. 그러나 장점만을 모아 놓는다고 가장 아름다운 얼굴이 만들어지지 않는 것처럼 이 이준익 감독의 최종적인 마스터 피스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극을 이끌어나가는 인물들의 갈등은 단조롭다 느껴질 만큼 전형적이고, 그것은 아름다운 영상이나 서정적인 음악으로 가려지지 않는다. 이미 라는 걸출한 작품으로 사극이 줄 수 있는 새로운 즐거움과 메시지를 경험한 바 있는 관객에게 은 또 다른 달이 될 수 있을까? 영화는 4월 29일 개봉한다.
황정민은 맹인을 흉내 낸다기보다는 그 자체로 맹인 검객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정도로 황정학을 실감나게 연기했다.
황정민: 나름대로 준비한다고 열심히 했다. 맹인학교에 가서 수업도 듣고, 승인 하에 캠코더로 그분들의 동작과 눈의 느낌 같은 것도 찍어서 보고. 그래도 뭐 흉내 낸 거지. 다행히 그런 것들이 다른 배우들이랑 감독님과 얘기하면서 다듬어진 거 같다.
“처음 찍었던 건 연기를 못해서 다 편집됐다”


황정민: 성현이 머리 때리는 건 음향효과가 좋아서 실감나 보이는 거다. (웃음)
백성현: 역할에 몰입하고 있어서 그런지 맞아도 아픈 거보다는 시원하다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맞는 장면들은 합을 다 짜놓고 한 게 아니라 형님의 컨디션에 따라 그 때 그 때 맞는 부위가 달랐다. (웃음)
황정민: 그래서 아팠다는 거야 뭐야? (웃음)
백성현: 조금 아팠다. (웃음)
한지혜는 종전에 맡았던 역할에 비해 백지라는 역할로 보여줄 것이 많았을 것 같다. 강인한 기생이면서 지고지순하기까지 하다. 거기다가 영화에 삽입된 ‘사랑가’를 직접 부르기도 했는데.
한지혜: 처음 찍었던 건 연기를 못해서 다 편집됐다. 감독님과 대화하고 작업하면서 많은 가르침을 얻었다. 나중엔 감독님도 진짜 백지가 된 거 같다고 하시더라. 나도 점점 백지를 찾아가는 과정이 즐거웠다. 영화를 보고 나니까 더 좋은 것 같다. (웃음) 노래는 김수철 음악감독님이 날 붙잡고 연습을 많이 시켰다. 그런데 처음 녹음한 게 좋다고 하셔서 의외로 수월하게 끝났다.
“감독님과의 대화가 연기에 많은 도움이 됐다”


차승원: 원작에서 이몽학은 굉장히 추상적인 인물이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도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나눴다. 이몽학이라는 인물의 태생적인 문제점에서부터 가벼운 얘기까지. 근데 사실 감독님하고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 하자고 열 마디를 하면 두 마디만 캐릭터에 관한 거고, 나머지는 사는 얘기였다. (웃음) 이몽학은 이런저런 사는 얘기를 하는 와중에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캐릭터다. 노력이라고 하면 감독님이랑 자주 연락하고 얘기한 거 밖에 없다. (웃음)
줄곧 자신의 꿈을 위해 사랑도 친구도 모두 버린 비정했던 이몽학이 엔딩 신에선 눈물을 흘리더라. 극의 결말을 더 인상깊게 한 장치였는데.
차승원: 감독님이 영화가 처음부터 뜨겁고 마지막은 더 뜨거웠으면 좋겠다고 했다. 특히 그 장면은 거의 마지막 촬영이라 더 그랬고. 그 신에 대해서 특별히 이야기를 많이 나눈 건 아니었지만 감독님과 이래저래 사적인 이야기까지 많이 나눈 것이 도움이 되었다.
이몽학을 연기하면서 특별히 신경을 쓴 부분이 있다면? 유난히 뾰족한 치아가 눈에 띄던데.
차승원: 원작만화를 봤을 때 이몽학은 내적인 요소에 야수성이나 아만성이 깃든 인물이었다. 물론 영화에선 한 여자를 사랑하지만 어쩔 수 없이 떠나는 순애보적인 면도 있었지만 야수 같은 내음을 풍기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이에 장치를 했다. 칼을 쓸 때도 이가 보임으로 인해 그의 성격이 도드라져 보일 수 있도록 했다.
“왕은 왕이기 이전에 나약한 인간”

이준익 감독: 왕이라는 존재는 어떤 표상이다. 그러나 왕은 왕이기 이전에 나약한 인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영화가 왕이라는 인물을 표현할 때 인물이 처해지는 상황에 따라 개인이 반응하는 걸 담으려다보니 유약하거나 나약할 때도 있고 일반적으로 극에서 보는 왕의 형태에서 비껴나가는 모습으로 그리게 되더라.
원작만화에선 견자를 중심으로 그를 따라가는 이야기였다. 영화로 각색하면서 네 명의 인물이 모두 부각됐는데.
이준익 감독: 원작은 견자에 의한 일인칭 시점의 드라마에 황정학이 동반하는 버디 스토리고, 이몽학은 시대의 배경에 있는 대상이다. 하지만 만화가 영화로 건너오면서 두 시간 동안 그 시대와 관계를 총체적으로 다루다보면 주인공 외의 인물들이 충분히 존재감 있게 포지션되지 않으면 안 되기에 다른 인물들도 부각시켰다. 게다가 몇 십억 원을 들여서 찍는 영화인데 한 청년의 성장 드라마로 그치기엔 부족하다. 그럼에도 험악한 시대에 겪는 견자의 성장통을 관객에게 심어주기 위해 다른 인물도 견자의 성장에 많은 도움을 주기 위해 쓴 측면도 있다.
사진제공. 영화사 하늘
글.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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