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갛다, 레드카펫이. 벌겋다, 공형진 과 류승룡 의 얼굴이. 지난 10일 부산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된 의 DJ 공형진과 게스트 류승룡의 얼굴은 마치 개막식 때 그들이 밟았던 레드카펫 색깔과 비슷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좀 더 어두웠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 달린” 공형진은 선글라스로 충혈된 눈을 가리고 잠시 광고가 나가는 사이 연신 음료수를 들이켰고, 며칠 째 잠을 제대로 못 잤지만 라디오 출연을 위해 서울 올라가는 시간까지 미룬 자칭 ...
“하…” 레슬링 미션을 끝낸 MBC 멤버들이 왜 저 한마디를 내뱉고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는지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PIFF)를 취재하기 위해 열흘 간 머물렀던 부산을 떠올려보니, 역시 “하…”라는 감탄사밖에 나오질 않네요. PIFF의 또 다른 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존재감을 보여주신 김동호 위원장님의 마지막 영화제이자 이제 갓 에 발을 디딘 기자의 첫 영화제라니, 이런 인연 역시...
이제 제 15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PIFF)가 막을 내릴 순간도 몇 시간 뒤로 다가왔다. 김동호 집행위원장이 마지막으로 꾸리는 PIFF의 폐막작은 그가 프로듀서로 참여하기도 한 영화 다. 부산시와 부산의 기업들이 투자해서 만든 “부산의 영화” 는 해운대, 보수동 책방골목, 자갈치 시장, 금련산 산책로 등 부산의 곳곳을 무대로 1979년과 2010년 현재, 가까운 근 미래에 이르기까지 세 연인들의 사랑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펼쳐진다. 세 명의 ...
첫 번째 기적. 20대 후반 정체성의 혼란기를 겪던 이혁상 감독은 서른 살이 되던 해 커밍아웃을 했다. “처음으로 남자와 연애다운 연애”를 했던 그의 서른 살은 “참 행복했던 한 해”였다. 두 번째 기적. 막연하게 “만약 영화를 찍게 된다면 내 정체성을 드러내면서 찍고 싶다”고 생각했던 그는 첫 연출작으로 다큐멘터리 을 선택했다. 2년을 훌쩍 넘긴 작업 기간을 거친 은 제 15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PIFF)에서 첫 선을 보이게 됐다. 이혁상...
영화 의 이서군 감독은 류승룡에 대해 “선물 같은 배우”라고 했다. 그러나 그가 얼마나 좋은 배우인지에 대해 말하는 건 사실 지겨운 일이다. 영화 , , , 등 최근 1-2년으로만 한정시켜도 풍성한 필모그래피를 늘어놓거나 MBC드라마넷 의 강승조, MBC 의 최관장처럼 근엄함과 귀여움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운신의 폭을 측정하는 작업도 이미 있었다. 오히려 배우가 아닌 사람 류승룡에게 포커스를 맞췄을 때도 여전한 매력을 말하고 싶다. 인터뷰라는 공...
이건 '아주담담'이라기보다는 '쾌도난담'이라는 타이틀이 어울릴 것 같다. 제 15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PIFF) 아주담담 '소설로 말하는 영화'에 참석한 김연수, 김중혁 두 소설가의 대화는 그만큼 거침없었다. 무례하거나 공격적이었다는 뜻은 아니다. 이미 에서 재기 넘치는 영화 칼럼을 연재한 바 있지만 이 두 작가는 시네필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영화 마니아가 아니라는 바로 그 지점에서 그들의 영화 이야기는 훨씬 유연하고 흥미롭게 이어질 수 ...
설탕과 소금조차 구별하지 못하는 철부지 엄마(오타케 시노부)가 어느 날, 나이차가 띠동갑이 넘는 연하남을 집에 데려오더니 덜컥 결혼발표를 해버린다. 엄마의 재혼을 결사반대하던 딸 츠키코(미야자키 아오이)는 죽은 아빠의 위패를 가지고 집을 나가려다 엄마와 몸싸움까지 벌이고, 함께 결혼예복을 보러 가자며 자신의 손을 끈질기게 붙잡는 엄마를 끝끝내 뿌리친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이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기 전까지. 에 이은 재...
이선균은 딱딱한 차림새보다는 캐주얼한 룩이, 엄숙한 자리보다는 느슨하고 편한 만남에서 더 빛이 나는 남자다. 그런 면에서 이 배우를 만나기에 부산국제영화제는 최적의 장소인 셈이다. 올해 부산에서의 첫 만남은 해운대 횟집에서, 두 번째 만남은 롯데시네마의 파티에서, 그리고 세 번째 만남은 로 인연을 맺은 명필름의 200만 돌파를 축하하는 조촐한 술자리에서였다. “영화제 오는 거 너무 좋아요. 특히 개막식에 참여하는 경우엔 개막작도 볼 수 있잖아요...
“단순히 영화 한 편을 더 찍으려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지루한 일이다.” 멋진 말이다. 누구나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배우가 이런 말을 정말 자신의 실존을 걸고 실천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정말 멋진 일일 것이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이 연출한 와 함께 제 15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PIFF)를 찾은 줄리엣 비노쉬처럼. 12일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줄리엣 비노쉬의 업적을 이야기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키에슬로...
츠마부키 사토시의 그런 얼굴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말간 얼굴로 해사하게 웃거나 '으앙'하고 울음을 터트리는 어린아이처럼 울던 그에게서 살기와 분노, 고독을 느낄 줄이야. 제 15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PIFF)의 에서 츠마부키 사토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을 하고 있다. 요시다 슈이치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의 이상일 감독이 연출한 영화는, 하고 싶은 얘기는 모두 그의 얼굴에 있다는 듯 츠마부키 사토시가 보여주는 미세한 떨림에 집중한다...
김지운 감독에게 2010년은 어떻게 기억될까? 영화 에 이어 크랭크인에 들어간 는 본인이 각본을 쓰지 않은 첫 영화였고, 자신을 “극단으로 몰아 넣을” 만큼 심리적으로 힘든 작품이었다. 게다가 완성한 영화는 두 번이나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으며 그를 “미쳐 날뛰게” 만들었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개봉한 의 평은 극단적으로 갈렸다. 9일 제 15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PIFF)에서 이리저리 잘려 나갔던 가 온전한 모습으로 관객과 만났다. 제대로 ...
제 15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PIFF) '아시아 영화의 창'에 소개된 은 홍콩의 외딴 리조트를 찾은 한국과 일본의 젊은 여성이 서로를 통해 조금씩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독특한 작품이다. 여기서 두 사람은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상대방의 정체성을 받아들이며 누굴 누구로 정의할 수 없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정말 정체성을 쉽게 정의할 수 없는 건 이 작품 자체일지 모르겠다. 말레이시아의 신예 감독인 림 카와이가 연출을 맡고, 일본의 배우인 스기노...
아오이 유우를 생각하면 늘 흩날리는 벚꽃이 떠올랐다. 십대 소녀들의 청명한 공기가 사랑과 우정사이에서 잔잔하게 흔들리던 에서도, 자기 몸집만한 붓을 들고 싸우듯 그림을 그리던 에서도 그녀의 풍경엔 늘 분홍의 봄꽃이 있었다. 그래서 많은 이들에게 아오이 유우는 봄날의 벚꽃처럼 작고 연약한, 식물성 소녀로 기억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히로키 류이치 감독의 신작 로 제 15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아오이 유우는 그저 꽃이 아니라 꽃나무로 가득한 숲 속...
“작년에 내가 일을 좀 많이 했다우. 정말 다작배우야, 3관왕에 빛나는!” 영화 , , 까지 무려 3편의 영화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배우 윤여정은 그야말로 영화제 기간 동안 제일 바쁜 여배우였다. 3편 영화의 무대 인사, 부일영화상 여우조연상 수상에 이어, 데뷔작인 로 1971년 제 2회 시체스 국제영화제에서 받은 여우주연상을 39년 만에 다시 받는 순간까지 맞이했으니. 관객을 만나 '하', 상을 받아 '하하', 오랜만에 되찾아 '하하하...
2AM의 조권이 MBC 에서 가인과 듀엣곡을 부르고, 이창민이 에이트의 이현과 함께 프로젝트 그룹 옴므를 결성하면서 2AM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각자 음악의 영역을 조금씩 넓혀가는 동안, 임슬옹의 선택은 “연예인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큰 뜻을 품고 있었던” 연기였다. 그리고 1년도 채 안 되는 시간동안 MBC 에서 짝사랑하는 여자에게 매달리는 태훈 역을 시작으로 '도시락'과 영화 까지 세 작품을 빠르게 소화했다. 그 중 두 작품에서 주연을 맡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