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수능, 출제의 비밀'(감독 이용재) 개봉을 앞둔 이선빈을 만났다. '수능, 출제의 비밀'은 수능 출제 본부에 합류한 지방 소도시 국어 교사 맹보람이 40일간 합숙하며 '문제없는 문제'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그린 미션 코미디다. 이선빈은 국어 교사 맹보람 역을 맡아 극을 이끈다.
수능 출제위원을 연기했지만 정작 이선빈은 수능 경험이 없다. 일찌감치 연예계 진출을 목표로 삼았던 만큼 대학 입시 대신 데뷔 준비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셈이다. 그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시험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선생님들이 시험을 안 볼 거면 다른 친구들 감독이나 하라고 하셨다"며 웃었다.
수능과 인연이 없었던 이선빈이 이번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소재의 신선함이었다. 그는 "수능 출제위원들에 대한 이야기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40일 동안 외부와 단절된 채 문제를 출제한다는 사실도 몰랐다"며 "처음에는 문제집을 만드는 것처럼 전문 업체가 따로 있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극 중 맹보람은 순수하고 세상 물정에 어두운 인물이다. 이선빈은 자신과 캐릭터의 차이점에 대해 "원래 밝은 사람이긴 하지만 맹보람처럼 순수하고 세상 물정을 모르는 정도는 아니다. 나는 팔랑귀에 갈대 같은 사람"이라며 웃었다.
외적인 모습에서도 꾸밈없는 캐릭터의 매력을 살렸다. 이선빈은 "예쁨을 내려놓으라는 강요는 아무도 하지 않았다. 사실 그동안 작품에서 예쁘게 나온 역할이 거의 없어서 그런 부담감도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첫 영화부터 얼굴에 때칠을 하고 나왔다. 이번에는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는데도 화면을 보고 '뭐야, 이거?' 싶었다"며 "오히려 앞으로 더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선빈에게 학창 시절은 공부보다 꿈을 좇는 시간이기도 했다. 어린 시절부터 연예계 진출을 꿈꿨지만 가정 형편 때문에 원하는 학교에 진학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그는 "원래 예술고등학교에 가고 싶었다. 그런데 예고는 돈이 많이 들지 않나. 집안 형편상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어머니가 인문계 고등학교에 가라고 하셔서 중학교 3학년 때 1년 동안 정말 미친 듯이 공부했다. 결국 어머니가 원하는 고등학교에 진학했다"고 회상했다.
어머니의 뜻에 따라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에는 자신의 꿈에 집중했다. 이선빈은 "원하는 고등학교에 갔으니 이제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겠다는 마음이었다"며 "학교에서 땡땡이를 친다고 하면 보통 놀러 가거나 뭘 먹으러 가는데, 나는 교회 지하실에 갔다. 거기서 노래도 해보고 춤도 춰보고 연기도 해봤다"고 말했다.
하지만 꿈을 향한 도전에는 경제적인 어려움이 뒤따랐다. 걸그룹 데뷔를 준비하던 시절, 이선빈은 교통비조차 감당하기 어려워 연습실과 찜질방을 숙소 삼아 생활해야 했다.
이선빈은 "차비가 없어서 걸그룹 연습실 방에서 1년 반을 살았고, 찜질방에서도 1년 반을 살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남들이 연필을 잡을 때 나는 마이크를 잡았다"며 "연습실에서 살았으니 거기서 계속 연습했다.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따라 해보기도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선빈은 이제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고 있다. 지난해 드라마 '감자연구소', '달까지 가자'와 영화 '노이즈'에 출연했다. '노이즈'에서 공포 연기를 선보인 데 이어 이번 '수능, 출제의 비밀'에서는 코미디 영화의 주인공으로 관객을 만난다.
차기작도 준비 중이다. 지난 9월 촬영을 마친 영화 '감옥의 맛'에서는 스타 셰프 제시카 역을 맡아 박지환, 배현성 등과 호흡을 맞춘다. 공포 영화의 주인공에서 국어 교사, 스타 셰프까지 연이어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하고 있는 셈이다.
수능을 볼 시간도 없이 연예계 데뷔를 꿈꿨던 이선빈은 이제 수능 출제위원을 연기하는 배우가 됐다. 차비가 없어 연습실과 찜질방을 전전하던 시절을 지나 여러 작품의 주연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그가 오랜 무명 시절을 돌아보며 강조한 "노력이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는 말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오는 이유다.
류예지 텐아시아 기자 ryupersta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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