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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인의 취향

    한때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한쪽 청소년들은 가방을 목덜미까지 올려 매고, 다른 한쪽은 엉덩이까지 내려 매던 시절이 있었다. 나이 먹은 입장에서는 어느 쪽도 마뜩치 않건만, 서로의 취향을 이해 못하고 수시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이 우스웠다. 그러나 각기 다른 패션을 고집하던 그 아이들도 아줌마들의 뽀글 파마머리를 비아냥거릴 때는 한 마음 한 뜻이었을 것이다. 나야 “왜 길바닥 먼지를 바지로 다 쓸고 다니느냐. 저 놈의 깻잎 머리는 진짜 꼴불견일...

  • 2009년 1월 14일

    SBS 밤 9시 55분 누군가에게는 간질간질 귀여운 연애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디테일이 제거된 그저 그런 페어리테일일 뿐이다. 철수와 마리에 대한 이야기다. 대부분의 경우가 그렇듯 의 장점과 단점은 별개가 아닌, 동일한 것이다. 동화기에 귀엽고, 동화기에 감정이입 안 되는 이야기. 하지만 남들이 뭐라고 말하든 그들의 연애는 이번 주에도 꾸준히, 그것도 다이내믹하게 계속된다. 어디선가 나타난 기자들은 두 연인을 쫓고, 행인들은 도망치는 그들을...

  • 받을 사람들이 받았다

    이변은 없었다. 1월 11일 현지시간 저녁 8시, 할리우드 비벌리 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66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의 TV 부문 트로피는 마치 순리에 따르듯 예상 가능한 수상자에게 돌아갔다. TV 뮤지컬-코미디 부문은 NBC의 (시즌 3)이 독식 했으며 TV 미니시리즈 부문은 작품상과 남녀 주연상은 물론, 남자 조연상까지도 HBO 의 차지였다. 또한 TV 드라마 작품상은 (시즌2)에게 돌아가, 가을에 있었던 에미상의 재연을 방불케 했다....

  • 2009년 1월 13일

    KBS2 밤 9시 55분 입질이 온 것일까. 지난 주, 수많은 게시판이 를 기다리는 팬들의 애정을 담은 게시물로 넘쳐났다. 등장인물들의 출연분을 따로 편집한 짧은 동영상과 공들여 캡처한 사진들은 물론, 이들의 과거 행적에 대한 보고까지 에 대한 정보가 홍수를 이뤘다. 그 와중에 주인공 구준표 역을 맡은 이민호는 벌써 유명세의 통과의례나 다름없는 스캔들 해프닝을 겪기도 했다. 혹자는 '너무 유치하다' '모든 것이 과장되어 있다' '비현실적이...

  • <꿈을 이뤄주는 코끼리>

    호시노 아스카, 그 날은 그녀가 스물다섯이 되는 날이었다. OL로 근무 중인 회사에서는 여전히 구박을 받고 있고, 사내연애를 하던 애인은 양다리를 걸치고선 “넌 재미가 없다”는 말 한마디와 함께 이별을 통보해왔고, 독립해서 혼자 살고 있던 맨션에는 불이 났다. 그렇다. 그날은 생일이었다. 임시방편으로 마련한 낡은 맨션은 걸을 때마다 삐그덕 소리가 나고, 비가 오면 물이 샜다. 온갖 설움에 한 손엔 맥주, 다른 한 손엔 편의점 음식을 들고 눈물을...

  • KBS <너는 내 운명>, 9일 종영.

    KBS , 9일 종영. 은 새벽의 시어머니가 새벽의 골수를 이식받고, 친모는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보도자료 10. 의 메시지 : 며느리 한 번 잘못 들이면 사업체 흔들리고, 백혈병 걸리고, 며느리한테 골수 이식 받아 평생 기 못 펴고 산다. 조인성, 9일 밤 11시에 방송되는 KBS 출연. 조인성은 의 녹화 스튜디오에서 영화 의 인기 원인에 대해 5분여동안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라고. 은 최근 200만 관...

  • 톰 브라운이 서울에서 태어났다면

    요즘 옷 좀 입는 미국 남자들은 뉴욕 디자이너 톰 브라운식 수트입기에 빠져있단다. 그런데 톰 브라운식 수트입기를 한국에서 실행에 옮겼다가는 어디서 중학교 시절 교복을 입고 왔냐며 천하의 비웃음을 사고야 말게다. 길거리에서는 흘깃흘깃 쳐다보며 낄낄거리는 군중 때문에 최대한 가까운 건물 속으로 뛰어 들어가고 싶을 것이고, 회사에서는 요즘 주식이 많이 떨어져서 얼굴이 어둡더니 마침내 미쳤다며 강제 무급 휴가를 명할게 틀림없다. 톰 브라운식 수트 입기...

  • 누적입니까? 갱신입니까?

    새로운 것으로만 가득해야 하는 새해인데 어쩐지 지난해의 유령들이 떠나지 않는 느낌입니다. 작년 말에 걸린 감기는 계속 나을 줄을 모르고, 끊어야 할 술도, 습관도, 관계들도 계속 뒤를 졸졸 따라옵니다. 하지만 새해에는 모든 것이 새로워야 한다는 것, 그것 또한 일종의 강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이 세상에 나고, 떠나는 일을 제외한다면 완벽한 새로움도 완벽한 마지막도 없는 것 일 텐데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늘 이 365라는 숫자에 기대어...

  • 2009년 1월 12일

    OCN 낮 1시 한겨울에 먹는 냉면처럼, 겨울의 한가운데 만나는 공포영화는 서늘해서 색다른 재미를 준다. 사촌 형제 감독이 의기투합해 만든 은 기이하고 섬뜩한 세 개의 이야기를 1942년 경성의 신식병원이라는 생경한 공간 위에 부려놓는다. 그래서 이 영화는 각각의 에피소드가 유발하는 충격보다도, 영화 전반에 넘실대는 음습하면서도 야릇한 분위기로 더욱 많이 회자 되었다. 또한 일제강점기라는 시대를 반영한 세트와 의상 역시 영화의 중요한 매력으...

  • 2009년 연애는 살살, 옷차림은 로우 키!

    최근에 어느 출판사로부터 연애에 관한 책을 써보지 않겠느냐는 황당한 제안을 받았다. 대답하는 내 말꼬리는 길면서도 높았다. “네에? 연애요오? 제 연애 전적은 100전 1무 99패, 승률이 0.1할도 안 되는데요?” 돌아오는 대답이 가관이었다. “실패담을 쓰시면 되잖아요. 20대 후반이나 30대 초중반의 여성들이 재미있게 읽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 연애를 힘들어하는 여자들, 요즘 참 많잖아요?” “무슨…, 자학 개그 할 일 있습니까? 게다가 제...

  • 거부할 수 없는 유식니즘, 넌 이미 춤을 추고 있다

    김유식_ 독특한 춤과 노래로 인터넷 상에서 유명세를 탄 UCC스타. 김작이 존경하는 순결한 댄스 머신 발라드를 싫어하고 댄스가요를 좋아하는 나에게 지난 몇 달간은 정말 가요프로그램을 볼 맛이 나는 날들이었다. 빅뱅과 동방신기, 2PM과 원더걸스, 비와 손담비 그리고 연말엔 수줍은 오덕들의 천사로 다시 태어난 카라와 짧고 굵은 특별무대를 선보였던 보아까지 등장하여 마치 90년대의 댄스가요 황금기로 돌아간 듯한 희열을 맛보게 해주었었다. 그렇게...

  • SBS <아내의 유혹>, 지난 7일 TNS미디어코리아 기준 전국 시청률 33.3%.

    SBS <아내의 유혹>, 지난 7일 TNS미디어코리아 기준 전국 시청률 33.3%.

    SBS , 지난 7일 TNS미디어코리아 기준 전국 시청률 33.3%. 이는 자체 최고 시청률이다. 보도자료 우리 소희는 시청률도 최고였어! 가수 이재원, 오는 9일 방송하는 tvN 의 코너 '폐기처분'과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최근 자신이 받았던 성폭행 혐의에 대해 “어차피 무죄가 되건 유죄가 되건 일단은 언론에 나오면 나올수록 더 악화가 된다고 생각했다. 그 당시에는 기자들이 몰려오는 상황들이 너무 무서웠다”며 당시 심경을 밝혔다. 보...

  • 웃으면 큰일 나요

    2008년의 마지막 날은 MBC 을 보며 보냈다. 막무가내 진행이 특기인 라디오스타 멤버들이 어울리지 않게 격식을 차리며 사회를 보는 것을 보며 투덜투덜, 파업의 여파인지 구성도 무대 효과도 영 어색하고 재미없어서 투덜투덜 불평을 하면서도 끝까지 봤다. 이유는 하나, 동방신기를 보기 위해서였다. 비록 '미로틱' 의 가사를 듣고 있노라면 손발이 오그라들지만 동방신기 동생들의 박력 넘치는 무대를 보면 좋은 정기를 받으며 새해를 맞이할 수 있지 않...

  • <스톡홀름의 부엌>

    스.톡.홀.름. 이 발음하기도 어렵고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도시 이름을 처음 접한 건 80년대 어린이들의 플레이스테이션이었던 보드게임 '부루마블' 때문이었다. 그 이국의 도시 위에 호텔을 지었는지, 빌딩을 올렸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오로라의 대륙, 스웨덴이라는 나라의 수도는 위도 37.6도 경도 127.0도의 대한민국 어린이가 상상하기엔 안드로메다만큼 먼 우주였다. 그렇게 서른하고도 몇 년을 더 살았을 때 즈음, 일본의 한...

  • 공동대상도, 몰아주기도 없는 미드나잇 어워드!

    2008년은 미 대통령 선거 때문에 모든 시선이 정치 쪽으로 많이 쏠렸다. 덕분에 시사풍자를 방영했던 (이하 SNL)의 인기가 하늘을 찔렀다. 특히 새라 페일린을 기막히게 흉내낸 티나 페이는 SNL 시청률을 근년 최대로 올린 것은 물론 각종 미디어에서 선정한 올해의 톱 10 인물에 꼽히기도 했다. 덕분에 낮은 시청률로 고전하던 그녀가 제작과 주연을 맡은 NBC 시트콤 까지 덩달아 시청률이 올랐다. 기타 시리즈에서는 미 작가파업으로 단축됐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