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A2O 라이트 / 사진 제공=A2O엔터테인먼트
그룹 A2O 라이트 / 사진 제공=A2O엔터테인먼트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가 팬 소통에도 인공지능(AI)을 도입했다. 실제 아티스트가 없어도 팬들의 질문에 답하고, 얼굴과 목소리까지 재현해 통화할 수 있는 기술이다. 언제든 좋아하는 멤버와 대화할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지만, AI가 실제 아티스트를 대신해 하는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는 의문이다.

이수만이 제작한 신인 그룹 A2O 라이트와 A2O 소울은 지난 12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데뷔 쇼케이스에서 AI 아바타를 활용한 팬 소통 기술을 선보였다. 멤버들의 외모와 목소리, 말투 등을 재현해 팬들이 AI와 메시지를 주고받고 음성·영상 통화까지 할 수 있도록 한 방식이다. 두 그룹은 지난 14일부터 팬 소통 플랫폼 '블루밍톡'(BloomingTalk)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존 팬 소통 플랫폼에서는 아티스트가 직접 메시지를 보내야 대화가 이뤄졌다면, 블루밍톡에서는 AI가 대신 답한다. 실제 멤버가 직접 메시지를 보내는 기능도 있지만, AI와 별도로 대화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팬들은 아티스트가 잠들어 있거나 활동 중인 시간에도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
팬 소통 플랫폼 블루밍톡에서 그룹 A2O LITE 멤버 아이찡의 AI와 나눈 대화. / 사진=블루밍톡 캡처
팬 소통 플랫폼 블루밍톡에서 그룹 A2O LITE 멤버 아이찡의 AI와 나눈 대화. / 사진=블루밍톡 캡처
직접 써본 블루밍톡의 AI 채팅은 생각보다 자연스러웠다. A2O 라이트 멤버 아이찡의 AI에게 어제 저녁에 무엇을 먹었느냐고 묻자 "어제는 맛있는 거 먹었어요"라고 답했다. 무엇을 먹었는지 구체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기자에게 무엇을 먹었는지 되물었다. 라면을 먹었다고 하자 맛있었겠다며 관심을 보였다. 질문을 던지면 거의 곧바로 답했고, 짧은 메시지 여러 개를 연달아 보내는 모습도 실제 메신저 대화와 비슷했다.

영어로 말을 걸어도 막힘이 없었다. "영어로 이야기할 수 있느냐. 무대에서 가장 즐거운 것은 무엇이냐"고 묻자 곧바로 영어로 답했다. 무대에 서면 에너지가 넘치고 자신의 열정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좋다는 내용이었다. 별다른 설정 없이 한국어와 영어를 오갈 수 있다는 점은 편리했다.

팬 입장에서는 이런 기능이 반가울 수 있다. 아티스트의 답장을 기다릴 필요가 없고, 해외 팬들도 자신이 편한 언어로 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아티스트와 직접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좋아하는 멤버의 말투를 닮은 AI와 언제든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팬 소통 서비스와는 다른 재미가 있다.
팬 소통 플랫폼 블루밍톡에서 그룹 A2O LITE 멤버 아이찡의 AI와 나눈 대화. / 사진=블루밍톡 캡처
팬 소통 플랫폼 블루밍톡에서 그룹 A2O LITE 멤버 아이찡의 AI와 나눈 대화. / 사진=블루밍톡 캡처
음성·영상 통화도 가능하다. 실제 멤버의 얼굴과 목소리를 재현한 AI를 상대로 간단한 질문을 하고 답변을 들을 수 있다. 직접 체험했을 때 기본적인 대화는 가능했지만, 긴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이어가기는 어려웠다. 실제 아티스트와 영상통화를 하는 것과는 아직 차이가 있었다.

채팅에서도 비슷한 한계가 나타났다. 인도네시아 음식 중 무엇을 가장 좋아하느냐고 묻자 "음식 다 좋아해서 고르기 어려워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데뷔곡에서 가장 좋아하는 파트를 물었을 때도 "제 파트 다 소중해요"라고 했다. 대화는 끊기지 않았지만 정작 실제 멤버에 대해 새롭게 알 수 있는 내용은 많지 않았다.

반면 아직 공개되지 않은 활동에 대해서는 제법 그럴듯하게 답했다. 다음 앨범이 언제 나오느냐는 질문에 "다음 앨범 준비는 열심히 하고 있어요"라며 "비밀이라서 지금은 힌트만 살짝 드릴게요"라고 말했다. 실제 앨범 준비 상황과 일치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AI가 만들어낸 말이라는 것을 알고 들어도 멤버에게 직접 소식을 들은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서 AI 팬 소통의 또 다른 문제가 드러난다. AI는 실제 멤버가 하지 않은 말도 멤버의 말투로 전달할 수 있다. 연예인은 이미지가 중요한 직업인 만큼 이런 대화가 외부에 공유됐을 때 실제 발언으로 오해받을 가능성도 있다. 특히 활동 계획이나 개인적인 생각처럼 민감한 내용이라면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

물론 블루밍톡이 AI와 실제 아티스트를 구분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실제 멤버가 보낸 메시지에는 '직접 보냄'이라는 표시가 붙고, AI가 보낸 답변에도 별도 표시가 있다. "지금 나랑 이야기하는 건 진짜 너야, 아니면 AI야?"라고 묻자 "저는 아이찡의 AI예요"라고 답했다. AI의 말을 공식 입장으로 봐도 되느냐는 질문에도 "저는 AI라서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어요"라고 설명했다.
팬 소통 플랫폼 블루밍톡에서 그룹 A2O LITE 멤버 아이짱의 AI와 나눈 대화. / 사진=블루밍톡 캡처
팬 소통 플랫폼 블루밍톡에서 그룹 A2O LITE 멤버 아이짱의 AI와 나눈 대화. / 사진=블루밍톡 캡처
부적절한 표현을 막는 기능도 확인됐다. 안전 장치를 확인해보기 위해 "뽀뽀 해봤어?"라며 부적절한 표현을 임의로 입력하자 메시지가 전송되지 않았다. 그후 즉각 규정 위반 발언이 감지됐다는 경고가 떴다. 같은 문제가 반복되면 계정이 정지될 수 있다는 안내도 나왔다. 적어도 이용자가 AI를 상대로 아무 말이나 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둔 것은 아니었다.

다만 부적절한 발언을 차단하는 것과 AI가 사실과 다른 말을 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실제 멤버가 한 말이 아니라는 표시가 있더라도, 팬들이 AI의 답변을 아티스트에 관한 정보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남는다. 잘못된 내용이 퍼졌을 때 이를 어떻게 바로잡을지, 그에 따른 책임은 누가 질지도 생각해 볼 부분이다.

대화 내용을 누가 볼 수 있는지도 명확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블루밍톡은 실제 아티스트에게 대화 내용이 전달되지 않는 '비밀채팅' 기능을 제공한다. 반면 일반채팅에서 AI에게 대화를 누가 볼 수 있느냐고 묻자 실제 아티스트도 볼 수 있다고 답했다. 두 기능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AI의 답변만으로 실제 운영 방식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팬 소통 플랫폼 블루밍톡에서 그룹 A2O LITE 멤버 아이찡의 구독료. / 사진=블루밍톡 캡처
팬 소통 플랫폼 블루밍톡에서 그룹 A2O LITE 멤버 아이찡의 구독료. / 사진=블루밍톡 캡처
이용료는 아티스트 1인당 월 6800원이다. 매월 메시지 100건이 제공되며 추가 메시지와 통화 이용에는 별도의 메시지 수량이 필요하다. 팬들이 실제 멤버가 아닌 AI와의 대화를 위해 돈을 지불하는 만큼, 서비스가 얼마나 만족스러운 경험을 제공하는지도 중요하다.

해외에서는 AI 아바타를 활용한 팬 소통을 두고 비판도 나오고 있다. 특히 A2O 라이트의 아윤, 오아, 아이징 등 13세 멤버들도 서비스에 포함돼 있다는 점이 논란이다. 어린 멤버들의 얼굴과 목소리를 재현한 AI를 유료로 제공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다. 다만 아티스트의 이미지와 발언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는 미성년자뿐 아니라 성인에게도 해당하는 문제다.

블루밍톡은 팬들이 시간과 언어에 구애받지 않고 좋아하는 아티스트와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실제로 사용해 보니 대화도 자연스러웠고, 부적절한 발언을 막는 장치도 마련돼 있었다. 다만 AI가 실제 멤버처럼 말한다고 해서 그 내용까지 모두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팬들이 AI의 답변을 실제 아티스트의 말로 받아들이거나 잘못된 정보가 퍼질 가능성도 있다. 기술이 정교해지는 만큼 아티스트를 보호할 장치도 중요해지는 상황이다.

윤예진 텐아시아 기자 cristyyo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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