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1일 개봉하는 '실낙원'(감독 연상호)은 9년 전 실종된 아들이 살아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심리 스릴러다. '부산행', '반도' 등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의 신작으로, 김현주와 배현성이 모자 관계로 호흡을 맞췄다.
극 중 소영(김현주 분)은 9년 전 아들 선우(배현성 분)를 유괴 사건으로 잃었다. 이후 AI 프로그램 '낙원의 아이들'을 통해 어린 아들의 모습을 구현하고, 그 안에서 아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실종됐던 선우가 성인이 돼 돌아온다. 하지만 소영은 기쁨보다 혼란을 느낀다. 눈앞에 나타난 아들이 자신이 기억하던 선우와는 너무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다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의문이 생긴다. 가장 큰 약점은 인물들의 감정선이다. 소영이 현실의 아들과 AI 속 아들 사이에서 겪는 갈등과 감정 변화는 충분한 설득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모순과 집착 역시 모성애의 일부일 수 있으나, 비약이 잦고 과장되다 보니 관객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 AI와 모성애의 결합이라는 '흥미로운 설정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다 보니 101분이라는 러닝타임 내내 비슷한 감정을 맴돌다 정작 중요한 서사의 디테일은 놓쳤다. 소영이 극단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장면에서도 왜 저렇게까지 행동하는지 공감하기보다 의문이 앞서는 순간이 있다. 이야기의 규모에 비해 설명이 길고 비슷한 감정을 반복해서 보여주는 장면도 있다. 반대로 정작 인물의 선택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부분은 충분히 다뤄지지 않는다.
반면 배현성은 아쉬움을 남긴다. 낯선 긴장감을 불어넣어야 할 선우 역을 맡아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으나, 일상 대화마저 연극 대사처럼 읊는 어색한 톤이 몰입을 방해한다. 눈빛 하나로 복합적인 감정을 전달하는 김현주와 맞붙는 장면에서는 연기의 단조로움이 더욱 도드라진다. 특히 일상적인 대화에서도 연극 무대에서 대사를 읊는 듯한 느낌을 주는 장면들도 있다.
갈등을 장황하게 끌고 가다 급작스럽게 매듭짓는 결말 역시 허무함을 남긴다. '실낙원'은 분명 신선한 문제의식과 긴장감을 품은 영화다. 그러나 한 줄의 매력적인 콘셉트를 100분짜리 장편 서사로 온전히 지탱해 냈는가에 대해서는 짙은 아쉬움이 남는다.
김세아 텐아시아 기자 haesmi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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