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스칼렛 핌퍼넬’ 공연 장면
공포시대 VS. 낭만적인 귀족생활 뮤지컬 ‘스칼렛 핌퍼넬’에는 같은 시대임에도 너무나도 다른 두 세계가 공존한다. 하나는 1793년 로베스피에르가 주도하는 공포의 혁명정권이고, 다른 하나는 절대왕정의 영국 귀족사회인 것. 이러한 배경에는 극의 전개가 혁명이 한창 진행 중인 프랑스와 이를 우려의 눈길로 보는 영국 무대가 계속해서 번갈아 등장하기 때문이다.흥미로운 점은 파리와 런던의 무대 분위기가 너무나 대조적이라는 것. 파리의 모습은 한결같이 어둡고 침침하며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진동하는 반면, 런던은 화려하다 못해 사치스럽고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여기에는 무대에 나오는 프랑스의 이미지가 로베스피에르의 주도 하에 수많은 무고한 생명들이 반(反)혁명 세력이라는 미명하에 단두대에서 처형당하는 장면이 주를 이루는 반면, 주인공 퍼시가 사는 런던의 모습은 화려하고 여유있는 귀족의 생활만을 비쳐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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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 이상의 매력
영화 ‘스칼렛 핌퍼넬’ 포스터.
바로네스 엠마 오르치의 소설 ‘별봄맞이꽃’(1903)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1917, 1934, 1941, 1982년 등 여러 차례 영화는 물론이고 TV 드라마 시리즈로 제작되어 큰 인기를 누렸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영화로는 해롤드 영이 연출하고, 레슬리 하워드가 타이틀 롤을 맡은 작품(1934년 개봉)이다. 레슬리 하워드는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스칼렛 오하라(비비안 리)로부터 애정공세를 받는 애슐리 역으로 나오는데, 레트 버틀러(클라크 게이블)의 이미지가 너무나도 강렬해 하워드의 모습이 잘 연상되지 않는다. 그러나 영화 ‘스칼렛 핌퍼넬’은 다르다. 지성적인 그의 이미지가 퍼시 역과 잘 어울릴 뿐만 아니라 마그리트 역의 멀 오버론과의 연기호흡도 아주 좋다.ADVERTISEMENT
퍼시 VS. 쾌걸 조로
암울한 시대배경을 하고 있음에도 시종일관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스칼렛 핌퍼넬’. 그 이유는 주인공 퍼시를 비롯한 비밀 결사대원들이 유머러스하고 프랑스로 건너가선 감옥에 갇힌 무고한 사람들을 아무런 희생없이 완벽하게 구출해내기 때문이다. 마치 유럽판 홍길동 일행이라고나 할까. 흥미로운 점은 주인공 퍼시의 캐릭터가 미국의 소설가 존스턴 매컬리가 창출해 낸 쾌걸 조로와 아주 흡사하다는 것. 조로 역시 겉으로는 퍼시처럼 유약해 보이지만 변장을 하고 백성들을 착취하는 지배계급을 혼내주고 있다. 주의할 점은 퍼시의 캐릭터가 조로를 따라한 것으로 착각해선 안 된다. 퍼시 즉 스칼렛 핌퍼넬의 이미지야말로 쾌걸 조로의 원조격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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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컬은 시네마(Cinema)와 뮤지컬(Musical)을 합성한 말로, 각기 다른 두 장르를 비교 분석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편집자주>
글. 문화평론가 연동원 yeon0426@hanmail.net
사진제공.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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